어릴 때부터 우리는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어왔다.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고,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은 분명 희망처럼 들렸고 실제로 많은 순간 나를 다시 일어서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문장은 점점 응원이 아니라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노력하면 다 된다는 말이 왜 나를 지치게 했는지 그 이유를 천천히 돌아보게 되었다.

1. 노력은 언제나 보상받아야 한다는 기대에 대해
처음에는 노력이라는 단어가 단순했다. 시간을 들이고, 힘을 쓰고, 참고 버티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노력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라와야 한다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붙어버렸다. 열심히 했으니 잘돼야 하고 잘되지 않았다면 아직 노력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결과가 좋지 않은 날에는 하루 전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일상에서도 비슷했다.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일한 날,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서 일을 놓지 못했던 날에는 스스로에게 은근히 보상을 기대했다. 성과나 인정, 혹은 최소한 마음의 만족감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 기대를 채워주지 않았다. 노력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을 때, 허탈감은 노력의 크기만큼 커졌다. 그 순간부터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더 힘들었던 건,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노력했는데 안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대신, 더 열심히 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시간이 쌓이면서, 노력이라는 말 자체가 숨 막히는 단어가 되어갔다.
2. 쉬고 싶다는 마음조차 노력 부족으로 느껴질 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몸이 먼저 지치고, 마음이 따라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쉬고 싶다는 말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노력하면 다 된다는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쉬는 선택은 곧 포기처럼 느껴졌고, 잠시 멈추는 일은 뒤처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주말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괜히 불안해졌다. 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멈춰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반복됐다. 그렇게 쉼은 회복이 아니라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하라는 말은 분명 더 나아지기 위한 조언이었을 텐데, 왜 나는 점점 더 소진되고 있을까. 쉬지 못한 채 계속 애쓰는 상태가 과연 좋은 방향일까. 그제서야 깨달았다. 노력에는 속도가 아니라 리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멈추지 않는 노력은 결국 방향을 잃게 만든다는 것을,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너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3. 노력의 기준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어느 순간부터 노력에 대한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남들이 말하는 기준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의 노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모든 날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날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버티고 싶은 마음은 다르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이후로는 하루를 돌아볼 때 이렇게 묻는다. 오늘 나는 나를 완전히 소모하면서까지 애썼는가, 아니면 적당히 지킬 선을 지켰는가. 결과보다는 상태를 먼저 살피려고 한다. 성과가 크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노력하면 다 된다는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말에는 빠진 문장이 있다고 느낀다. 노력해도 안 되는 날이 있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이 있다는 문장 말이다. 그 문장을 스스로에게 허락했을 때, 비로소 숨을 조금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이제 노력은 나를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 되었다. 그렇게 바뀐 노력은 예전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덜 아프게 나를 앞으로 데려가고 있다.